Elliot Vale엘리엇 베일
엘리엇 베일에게 바다는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빛이 태어나고 부서지며 마침내 어둠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몸이다.
베일은 물결을 수평선의 질서에서 떼어내 눈앞까지 끌어당긴다. 파도는 바다의 일부이기를 멈추고 피부와 절벽, 숨과 상처를 동시에 닮은 표면이 된다. 강한 섬광과 거친 입자, 과감한 절단은 물이 한순간 품었던 압력과 속도를 붙잡는다.
베일의 화면에서 빛은 대상을 설명하는 조명이 아니다. 물 위에서 깨지고, 물속에서 굴절되며, 밤의 검푸른 면에 마지막 흔적을 남기는 또 하나의 물질이다. 작가가 붙드는 것은 바다의 모양보다 형체가 생겨나기 직전과 사라진 직후의 떨림에 가깝다.
세로와 정방형, 길게 열린 파노라마를 오가는 화면은 관객의 몸과 바다 사이의 거리를 끊임없이 바꾼다. 멀리서는 풍경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추상이 된다. 그 경계에서 바다는 어느새 우리가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의 얼굴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