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느린 낙하
폭발 시작 후 17년 83일째 · 완료까지 63년
- 작품 정보
- 150 × 120 cm피그먼트 프린트
불티가 절벽의 높이를 따라 내려온다. 위에서는 아직 검은 연기가 벌어지고, 아래에서는 금빛 점들이 계곡의 깊이를 하나씩 짚는다. 낙하는 화면 끝에 이르지 않았다.
폭발 시작 후 17년 83일째 · 완료까지 63년
불티가 절벽의 높이를 따라 내려온다. 위에서는 아직 검은 연기가 벌어지고, 아래에서는 금빛 점들이 계곡의 깊이를 하나씩 짚는다. 낙하는 화면 끝에 이르지 않았다.
폭발 시작 후 27년 146일째 · 완료까지 73년
수면 위의 고리는 오른쪽에서 끝을 닫지 않는다. 붉은 연소선과 그 아래의 반사가 어긋나며, 호수 한가운데의 빈자리를 오래 붙든다.
폭발 시작 후 9년 211일째 · 완료까지 91년
대숲 위로 검은 연기가 갈라져 올라간다. 가느다란 불의 길이 꺾일 때마다 빈 하늘이 더 넓게 드러난다. 화면의 팽창은 그 틈에서 시작된다.
폭발 시작 후 41년 19일째 · 완료까지 59년
강의 굽이 위에서 연기의 얇은 면이 접힌다. 오른쪽의 조밀한 먹빛은 왼쪽으로 갈수록 성겨지고, 붉은 가장자리는 물길과 다른 곡선을 그린다. 두 흐름 사이의 거리가 이 풍경의 시간을 만든다.
폭발 시작 후 6년 204일째 · 완료까지 84년
층을 이룬 들판 위로 연기가 두 겹으로 벌어진다. 불빛이 닿는 가장자리와 아직 푸른 공기가 나란히 남아, 같은 새벽 안에 서로 다른 속도를 놓는다.
폭발 시작 후 32년 108일째 · 완료까지 68년
소금 평원 위의 불티는 한곳으로 모이지 않는다. 검은 알갱이 사이에서 붉은 점들이 드문드문 살아나고, 넓은 흰 바탕은 그 작은 차이를 선명하게 받는다.
폭발 시작 후 54년 9일째 · 완료까지 46년
눈 덮인 고개 위에서 연기가 느슨하게 감긴다. 고리의 안쪽은 비어 있고, 풀리는 끝에는 불티가 남아 있다. 매듭의 형태와 그것이 흩어지는 일이 한 화면에 놓인다.
폭발 시작 후 12년 27일째 · 완료까지 88년
갈대의 가는 수직선 위로 불티가 비스듬한 부채처럼 펼쳐진다. 가까운 잿빛 입자와 먼 금빛 점의 간격이 달라지면서, 평평한 습지에 깊이가 생긴다.
폭발 시작 후 21년 66일째 · 완료까지 79년
연소선이 깊은 웅덩이 안쪽으로 돌아 내려간다. 한 바퀴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다음 굽이가 나타난다. 나선은 중심에 닿는 일을 계속 미룬다.
폭발 시작 후 35년 219일째 · 완료까지 65년
젖은 갯벌 위에서 불의 가장자리가 낮게 굽이친다. 얕은 물웅덩이는 빛을 나누어 받고, 멀리 남은 수평선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폭발 시작 후 46년 102일째 · 완료까지 54년
석회암 기둥 사이에 걸린 연기가 군데군데 열린다. 구멍의 가장자리에 남은 붉은 기운보다 그 뒤로 보이는 옅은 공기가 먼저 눈을 붙잡는다.
폭발 시작 후 58년 34일째 · 완료까지 42년
흰 증기와 검은 연기는 서로 다른 두께로 겹친다. 푸른 물의 얕은 층 위에서 불티는 그 경계를 짧게 밝히고 사라질 자리를 남긴다.
폭발 시작 후 64년 311일째 · 완료까지 36년
모래 언덕을 가로지르는 선이 여러 조각으로 끊겨 있다. 조각 사이의 빈 간격은 금빛 흔적만큼 길어져, 한때 이어졌던 불의 길을 눈으로 잇게 한다.
폭발 시작 후 71년 12일째 · 완료까지 29년
풀밭 위에 낮게 남은 검은 덩어리들이 사선으로 멀어진다. 붉은 점은 그 가장자리에만 붙어 있다. 시선은 불이 없는 넓은 자리까지 따라가게 된다.
폭발 시작 후 78년 59일째 · 완료까지 22년
현무암 해안 위의 낮은 호는 한쪽 끝부터 옅어진다. 바다의 긴 수평선 앞에서, 검은 잔여물과 작은 불빛이 아직 하나의 곡선을 붙들고 있다.
폭발 시작 후 83년 148일째 · 완료까지 17년
빙하 위로 얇은 재의 층이 벗겨진다. 불빛은 그 층을 한꺼번에 밝히지 못하고 가장자리에 조금씩 남는다. 차가운 면과 미약한 열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폭발 시작 후 87년 204일째 · 완료까지 13년
물이 빠진 돌밭 위에서 검은 흔적이 길게 갈라진다. 벌어진 가운데에는 빛이 거의 없고, 두 끝에 남은 불티가 이전의 흐름을 가리킨다.
폭발 시작 후 91년 87일째 · 완료까지 9년
섬 사이의 공기에 엷은 연기가 반 바퀴 꼬여 있다. 가운데의 작은 붉은 기운이 없으면 바다 안개와 구별하기 어렵다. 남아 있는 불은 이미 풍경에 가까워졌다.
폭발 시작 후 94년 173일째 · 완료까지 6년
황토 고원 위에 재가 낮고 넓게 걸린다. 입자의 조밀함은 조금씩 풀리고, 빛은 드문 점으로만 남는다. 불이 차지했던 높이가 다시 공기의 몫이 된다.
폭발 시작 후 97년 51일째 · 완료까지 3년
동굴의 어두운 가장자리 너머로 옅은 바다가 열린다. 몇 개의 붉은 점과 끊긴 연기만이 그 빈 곳을 지난다. 사라짐은 화면을 비우는 작은 일들로 나타난다.
폭발 시작 후 99년 8일째 · 완료까지 1년
석교 아래 안개가 깊게 내려앉고, 작은 불티 하나가 남는다. 이제 눈은 그 점보다 주위를 감싼 공기에 더 오래 머문다. 끝을 앞둔 화면은 처음보다 넓다.
《만연소》의 스물한 화면은 서로 다른 지형에 놓인 불을 따라간다. 계곡을 채우던 낙하는 호수의 열린 고리와 숲 위의 매듭을 지나, 마침내 불티 하나가 남은 공기에 이른다. 작품에 붙은 수십 년의 시간은 관람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 그 어긋남 때문에 우리는 불이 얼마나 크게 터지는가보다 어디까지 번졌고 무엇을 아직 남겨 두었는가를 보게 된다.
“나의 폭죽은 눈이 내리는 속도로 터진다.” — 린만훠
I. 불의 지형 — 계곡, 호수, 숲과 눈 덮인 고개. 불과 연기는 각 지형의 굽이와 깊이를 따라 서로 다른 형태를 얻는다.
II. 느린 전개 — 불의 선은 감기고 갈라지며, 얇은 막처럼 펼쳐진다. 한 번의 움직임 안에서 여러 단계가 함께 보인다.
III. 남아 있는 시간 — 불티가 줄어들수록 공기의 넓이가 드러난다. 남은 몇 점의 빛이 사라지는 순서를 기다린다.
로미 벡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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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